[해외 칼럼] 치매환자 돌보기 if, "당신, 누구야...?"
치매환자 돌보기 if,
"당신 누구야...?"
치매환자를 간병하고 있는 가족에게 있어 놀랍고 충격적인 것은, 환자가 가족의 면전에 "당신 누구야?"
라고 말할 때이다. 기억을 잃는 것이 치매의 증상이라고는 알고 있어도 "설마 나를 잊다니!"라고 놀라움
을 감출 수 없다.
이 말을 계기로, 지금까지 갖지 않았던 음성적인 감정이 생겨, 그 기억이 앞으로의 간병을 보다 부담스
럽게 느끼게 하여 환자와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당신 누구야?"라는 말의 배경과 그 대처법에 대해 알아본다.
당신 누구야 ?
3년 전 필자의 어머니가 단체 시설에 입소했을 무렵의 일이다. 필자가 면회를 가서 얼굴을 맞대면 꼭
"누구세요?"라고 남을 대하는 듯한 인사를 했다. "당신의 아들이에요."라고 대답하면, "아들은 죽었어요"
라며 항상 죽은 사람 취급을 당하곤 했다. 그러나 잠시 시간이 흐르면 필자를 아들로 인식했으며, 한번은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면회를 갔더니 아버지에게 "여보, 아들한테 돈 좀 줘요. 이렇게 찢어진 바지를 입는
거 봐요. 보기 흉하잖아요."라며 진지하게 화를 내곤 했다.
즉, 만난 순간은 필자의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고 잠시 시간을 흐르고 나서야 알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만난 직후의 일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그전부터 있었던 듯한 기색으로 필자의 이름을 부르며
말을 건 것이다.
지금의 어머니는 거의 다 노쇠하여 누워만 있는 상태이며, 별다른 말도 없고, 필자의 아버지나 필자가
면회를 하러 가서 눈을 마주쳐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아버지가 열심히 자신에 대해 어머니에게 일
깨우려 해도, 어쩔 때는 심지어 눈을 피해버리기도 했다. 그런 어머니에게 아버지는 "건강해지면 당신
고향으로 가서 살까?"라며 어머니의 고향 이야기를 하면 어머니는 "응, 응."하며 끄덕이는 것이었다.
그래도 시설 직원들은 "가족분들이 오셨을 때의 얼굴은 평소와 전혀 달라요."라고 말해준다. 얼마 전
아버지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혼자 어머니를 면회하러 갔을 때의 일이다. 어머니께 말을 건네자 잠깐
이지만 입꼬리의 긴장이 풀린 것 같았다. 그때 어머니는 나를 잘 알고 있다고 느낄 만큼 평온한 얼굴을
보여주었다.
당신 내 남편 아니야 !!
어머니는 10년 전에 세상을 뜬 자신의 동생과 필자를 헷갈려 한 적이 간혹 있었다. 나를 향해 외삼촌의
이름을 부르며 "가게 일이 바쁠 테니 빨리 가라"라고 친정의 가게도 걱정했다. 이런 식으로 매우 가까운
가족을 다른 사람으로 인식하는 일이 있었다. 이러한 증상을 인물 오인이라고 한다.
임상에서 흔히 체험하는 것이 배우자를 자신의 부모와 착각해버린다는 이야기이다. 아마도 나이 든 배
우자의 모습은 젊은 시절의 어머니나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여 인식장애와 더불어 오인해 버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또, 자신의 자녀를 배우자로 오인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인물 오인의 실제 예를 두
가지 나누어본다.
밤중에 침실에 있는 남편을 향해, 한 치매 환자인 아내가 "이렇게 밤늦게 여자 방에 있어서는 안돼!" 라고
엄격한 표정으로 질책했다. 남편은 놀라 "나는 당신의 남편이야."라고 대답하자, "당신은 내 남편이 아니다."
라고 화를 내며 남편을 방에서 내쫓았다고 한다. 남편은 하는 수없이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자, 잠시 뒤
아내가 거실로 나와 남편과 마주치자 "어머, 여보, 빨리 자요."라고 말한 것이었다. 남편은 여우에게 홀린
심정이었지만 아내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태연했다고 한다.
청년성 알츠하이머 치매환자의 남편(62세)을 돌보고 있던 아내의 이야기이다. 아내가 외출하고 돌아와
저녁 식사를 하고 있자니 남편이 옆에 와서 아내의 얼굴을 보며, "왜 당신이 여기 있느냐."라며 의아해
하는 얼굴로 아내를 노려보았다고 한다. 그로부터 며칠 뒤, 아내가 침실에 들어가 자려고 했을 때, 방에
있던 남편이 갑자기 친 여동생의 이름을 부르며 "네가 여기 와서는 안된다"라고 아내를 방에서 내쫓았
다고 한다. 그때 남편은 시동생의 이름을 부르며 "내 아내의 모습을 하고 있어도 안 된다."라며 슬픈듯한
눈을 했다. 아내는 시동생을 그리워하고 있다고 확신하여 큰 충격을 받았다. 남편은 부모님을 일찍 여의
고, 시동생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시동생을 돌보았었다. 아직도 시동생과는 온 가족이 함께 하게 친하
게 지내고 있기에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남편과 시동생의 관계에 불신을 느낀 것이었다.
인물 분별 장애
이번 테마인 "당신 누구야?"는 중등도부터 중증 치매환자에게 보이는 '사람 인식을 잘못하는' 분별 장애의
증상으로 사료된다. 자기 눈앞의 사람이 아주 가까운 가족이라도 그것이 누구인지 모르게 되는 증상이다.
병원의 접수처 직원을 은행 직원으로 여기고 말하는 것도 인물 분별 장애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사람은 나와 어떤 관계의 사람인지 짐작할 수 없게 되는 증상이다. 필자의 어머니의 경우도, 한동안
만나지 않았던 필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되고, 아들이라고 주장해도 그 답변이 "그 사람은 죽었습니다."
라며 태연히 죽은 것으로 치는 것이다.
인물 분별 장애에서는, 그 사람이 누군지 인식할 수 없게 되는 것과 그 사람과의 관계를 알 수 없게 되는
것이 주 증상인데, 그 배경에는 기억 장애가 영향을 주고 있다. 우리도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사를 받았을
때 그 사람이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름을 묻고 자신과 어떤 관계인지 설명을 들으면
기억이 되살아난다.
치매의 경우는 가족이라고 설명해도, 이름을 알려줘도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무언가를
계기로 하여 생각해내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인물 오인
친한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 생각하고 인식해 버리는 것을 인물 오인이라고 한다.
분별 장애에 의한 "당신 누구야?" 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인식을 할 수 없는 것이지만, 인물 오인은, 다른
인간으로서 인식해 버리는 것이다. 이 오인은, 치매의 경우, 기억장애가 관여하고 있지만 사고의 장애도
연관되어 있다고 한다. 즉, 정정 불가능한 잘못된 생각이며, 망상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으로
부터, 망상성 인물 오인증이라고도 하며 비교적 경도로부터 중등도의 치매환자에게서도 볼 수 있다.
망상성 인물 오인증에는,
1.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으로 바뀌고 있다고 확신하는 '카그라 증후군'
2. 실제로 본 것도 아닌데 누군가 집에 있다거나 혹은 집으로 오고 있다고 확신하는 '환상 속의 동거인'
3.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도 자신이라고 인식하지 않고 타인으로 여기고 대화를 하는 '거울 현상'
4. TV에 나오는 사람이 실제로 자기의 눈앞에 있다고 여겨 말을 거는 'TV 징후' 등이 있다.
필자의 어머니가 필자를 친동생으로 오인한 것은 단순히 필자를 동생(외삼촌)이라고 여긴 것으로, 외삼촌
의 대체 인물이라고는 확신하지 않았다. 이 글에서 논한 첫 번째 사례도 침실에 있던 남편을 모르는 남자
라고 생각해서 침실에서 쫓아낸 것이다. 이러한 인물 오인은, 분별 장애 증세인 "당신 누구야?"라고 하는
것과는 다소 달라, 구체적인 행동이 수반된다.
두 번째 사례에서 여동생이 아내가 되어 침실에 나타났다고 확신하는 것이 망상성 인물 오인증의 사례이다.
아내의 모습을 하고 있어도 속은 여동생이라고 확신하는 '대체 인물 망상'으로, 이러한 망상의 출현을 카그
라 증후군이라고 한다. 치매 환자에게서 보이는 카그라 증후군은, '대체 인물 망상'의 색채가 적은 사례가
비교적 많아, 기억의 불일치로부터 생기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대체 인물의 대상은 친밀한 특정 인물이며,
다른 인물로의 오인은 적다고 한다. 또한 이러한 증상은 저녁에 많은 것도 특징이라고 한다.
"당신 누구야?"의 대처법
"당신 누구야?"의 배경에는, 분별 장애나 인물 오인이 있는데, 그러한 증상의 대처법에는 큰 차이는 없다.
어찌 되었든 그 대상이 된 가족은 환자의 언동이나 행동에 놀라서 자신을 올바르게 인지시키는 수단을
강구하려 한다. 필자의 경우도, 어머니가 자신에게 "누구?"라고 했을 때, 어머니가 치매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도 충격이었다. 더구나 어머니는 필자인 아들을 죽은 것으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에, 충격이라기
보다는 분노 같은 것이 끓어올랐다.
"당신은 내 남편이 아니야."라는 소리를 들은 남성 보호자의 마음도 추측해볼 수 있다. 남편은 황당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거실로 몸을 피한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남편을 남편으로 인식하고 평소의 아내로 돌아왔다. 필자의 경우도 잠시 어머니의 상태를 살피자 어머
니는 갑자기 필자의 이름을 부른 것이다.
이와 같이, 갑작스럽게 환자가 "당신 누구야?"라고 하면, 그 언동이나 태도에 휘둘리지 말고, 그 자리를
잠시 떠나거나, 화제를 전환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본다. 진지하게 반박하고 잘못된 점을 고쳐주며 진실
을 알리고 설득하는 것은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인물 오인은, 격렬한 흥분이나 피해 망상, 질투
망상을 수반할 수 있는데, 그 배경에는 주위의 반응에 대한 본인의 저항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또한 필자의 어머니처럼, 자신의 아들을 알 수 없게 된 것에 대해 앞뒤를 맞추기 위해, 죽은 것으로 여
기는 이야기를 꾸며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카그라 증후군인 부인은 남편과 시동생과의 관계를 남녀의 관계로 의심하고 위화감을 느끼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카그라 증후군의 대체 인물 망상의 배경에는 근친혼에 대한 소망이 존재한다는
설이 있다. 젊었을 때 부모를 여의고 여동생을 키워온 남편의 의식 속에 그러한 소망이 있고, 치매가
오고 나서 그 소망이 의식 속에서 되살아나 망상을 초래했다고 생각된다. 그러한 것에 대해 아내에게
설명하자 아내는 납득한 듯했다. 그래서 아내는 이후에 남편의 오인 증상이 나타나면 "나는 당신의
아내야" 라고 말하고는 그 자리를 좀 떠나 있도록 했다. 그러한 대처가 유효하게 작용하여, 시간이
흐른 후에는 남편 앞에 나타나도 오인 증상은 없었다고 한다.
집필자의 조언
지난 몇 년 동안 함께 살며 헌신적으로 간병해 준 환자로부터 "당신 누구야?"라며 불안한 표정을 지었
을 때의 충격은 뭐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러고 나서 몇 분이 지나고, 평온해진듯한 환자의 모습을 보면
왠지 바보 취급을 당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당신 누구야?"는 어쩌면 치매 환자들이 이질적인 공간으로 갑자기 쫓겨난 것으로부터 기인한 것이
아닐까. 필자의 어머니는 외삼촌이 있는 옛 본가의 가게로, 남편을 침실에서 쫓아낸 아내는 남편과
결혼하기 전 독신 시절로, 그리고 카그라 증후군의 사례에서는 여동생과 둘이서 고생하며 함께 생활
했던 때로 각각 그 시간으로 시간 이동을 해버렸다고 생각하면 "당신 누구야?"라는 언동이 이해가
된다. 다만,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저자: 이마이 코슈 (와코 병원 원장, 일본치매케어학회 전 이사장)
출처: 치매넷(일본) https://info.ninchisho.net/column/psychiatry_059
http://www.carevillage.co.kr
